eVTOL 어떻게 땅 위를 뜨는지? | 모터·전력 시스템 구조 입문



7~8편에서 배터리를 다뤘으니, 이번에는 그 에너지를 실제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힘으로 바꾸는 부분을 봅니다. 모터와 전력 시스템입니다. 배터리가 eVTOL의 연료탱크라면, 모터와 전력 시스템은 엔진과 변속기에 해당하죠.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개발자로서 반가웠던 점이 있습니다. eVTOL의 모터 제어는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모터를 독립적으로, 밀리초 단위로 제어하면서 기체의 자세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복잡한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분산전기추진(DEP) — 서버 이중화의 항공 버전

eVTOL의 추진 시스템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 분산전기추진(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DEP)입니다. 하나의 큰 엔진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전기 모터를 기체 곳곳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첫째, 안전성. 모터 하나가 고장나도 나머지 모터들이 비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에게 이건 서버 이중화(Redundancy)와 정확히 같은 개념입니다.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제거하는 설계입니다. Joby S4는 6개, Archer Midnight는 12개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어서 일부가 멈춰도 안전하게 비행하거나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둘째, 효율. 작은 모터 여러 개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면, 날개 위의 공기 흐름을 개선하여 양력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추진-양력 연동(Propulsion-Airframe Integration)"이라고 합니다.

  • 셋째, 소음 저감. 작은 프로펠러 여러 개는 큰 프로펠러 하나보다 소음이 적습니다. 각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미세하게 다르게 조절하면 소음 간섭 패턴을 분산시켜 체감 소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기 모터의 종류 — PMSM이 대세인 이유

eVTOL에 주로 사용되는 모터는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 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입니다. 전기차에도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출력 대비 무게가 가볍고 효율이 90% 이상으로 높습니다.

PMSM의 핵심은 영구자석(Permanent Magnet)입니다. 네오디뮴(Nd) 같은 희토류 원소로 만든 강력한 자석이 로터에 들어가고, 스테이터(고정자)에 전류를 흘려 회전력을 만듭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입니다. 네오디뮴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모터 핵심 소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유도 모터, 스위치드 릴럭턴스 모터 등)를 연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PMSM의 성능 대비 무게 이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터의 출력 밀도(kW/kg)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항공용 모터는 자동차용보다 훨씬 높은 출력 밀도가 요구됩니다. 현재 항공용 전기 모터는 5~10kW/kg 수준이며, 차세대 모터는 15kW/kg 이상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인버터와 전력 분배 — 보이지 않는 핵심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기(직류, DC)를 모터가 사용하는 전기(교류, AC)로 변환하는 장치가 인버터입니다. 그리고 여러 모터에 전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장치가 전력분배장치(PDU, Power Distribution Unit)입니다.

인버터의 효율이 떨어지면 배터리 에너지가 열로 손실됩니다. 1~2%의 효율 차이가 항속거리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최신 SiC(탄화규소) 기반 인버터는 기존 실리콘(Si) 기반보다 효율이 높고 발열이 적어서 항공용에 적합합니다. 전기차 업계에서 이미 SiC 인버터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고, eVTOL에도 같은 흐름이 적용됩니다.

PDU는 여러 모터에 전력을 분배하면서, 특정 모터가 고장났을 때 나머지 모터에 전력을 재배분하는 역할도 합니다. 소프트웨어 세계의 로드밸런서와 같은 역할입니다. 서버 하나가 다운되면 트래픽을 다른 서버로 자동 전환하듯, PDU는 모터 하나가 고장나면 전력을 다른 모터로 재분배합니다.


비행 제어 컴퓨터(FCC) — eVTOL의 두뇌

여러 모터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기체의 자세(Attitude), 고도, 속도, 방향을 유지하는 것은 비행 제어 컴퓨터(Flight Control Computer, FCC)의 역할입니다.

기존 헬리콥터는 메인 로터의 피치를 기계적으로 조절합니다. 조종간과 로터 블레이드가 물리적인 링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eVTOL은 이 기계적 링크가 없습니다. 조종 입력이 전자 신호로 FCC에 전달되고, FCC가 각 모터의 회전 속도를 계산하여 디지털 명령을 내립니다. 이를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라고 합니다.

개발자로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FCC는 본질적으로 실시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입니다.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속도, 자이로, 기압, GPS, 풍속 등)를 밀리초 단위로 처리하고, 각 모터에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지연(Latency)이 발생하면 기체가 불안정해집니다.

항공 소프트웨어는 DO-178C라는 매우 엄격한 인증 기준을 따릅니다. 코드 한 줄 한 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테스트 커버리지 100%를 요구하는 레벨도 있습니다.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품질 기준입니다. 이 인증 과정이 eVTOL 개발 일정과 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전력 시스템 아키텍처가 기업 경쟁력을 가른다

표면적으로 eVTOL 기업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력 시스템 아키텍처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배터리를 하나의 큰 팩으로 구성하는 기업이 있고, 여러 개의 독립 팩으로 분산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모터 제어를 중앙 집중식으로 하는 기업이 있고, 각 모터에 독립 제어기를 부착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런 아키텍처 선택이 안전성, 효율, 정비성, 인증 난이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정보는 SEC Filing에서 직접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기업의 기술 발표, 특허 출원, 컨퍼런스 콜에서의 기술 질의응답에서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Soo's View

모터와 전력 시스템을 공부하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eVTOL이 하드웨어 산업 같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기체가 하늘에서 안정적으로 나는 것의 절반 이상은 FCC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니까요.

이건 투자 관점에서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eVTOL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평가할 때, 기체의 외형이나 스펙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량도 봐야 합니다. 비행 제어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인증 경험, 시뮬레이션 역량을 가진 기업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버 이중화를 설계해본 개발자로서, DEP의 설계 철학에 공감이 갑니다. 단일 장애점을 제거하고, 장애 발생 시 자동으로 전환되는 시스템. 이건 좋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원칙과 정확히 같습니다. eVTOL은 하늘을 나는 분산 시스템입니다.



면책 조항: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자는 eVTOL 섹터에 포트폴리오의 10~20%를 배분하고 있으나, 개별 종목 보유 여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 시리즈 2 — "비전공자가 파헤치는" eVTOL 핵심 기술

  • 7편: eVTOL 배터리,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 8편: 전고체·리튬황 배터리 | eVTOL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 ✅ 9편: eVTOL은 어떻게 뜨는가 | 모터·전력 시스템 구조 입문
  • 10편: 자율비행 eVTOL | 파일럿 없는 하늘택시의 기술 난이도
  • 11편: eVTOL 사고 나면? | 안전성을 숫자로 따져본다
  • 12편: eVTOL은 뭘로 만드나 | 탄소복합재와 경량화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