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택시, 진짜로 가능한가? | eVTOL 첫 번째 의문


어릴 때 본 SF 영화에는 항상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스피너, 제5원소의 뉴욕 상공 택시, 스타워즈의 에어스피더까지. 한 번쯤 "저게 진짜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정확히 3년 전, 유튜브에서 Joby Aviation의 시험비행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솔직한 반응은 "CG 아닌가?"였습니다. 프로펠러 6개가 달린 항공기가 수직으로 떠오르더니, 프로펠러 각도를 틀어 비행기처럼 앞으로 날아가는 영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색을 좀 더 해보니 FAA(미국 연방항공청) 공식 문서에 이 회사의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건 SF가 아니라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이 산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기록입니다. eVTOL이 뭔지, 왜 지금 이 시점에 등장했는지, 그리고 정말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하늘택시를 탈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eVTOL이란 무엇인가

eVTOL은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의 약자입니다. 번역하면 '전기 수직 이착륙기'. 이름이 말해주는 그대로, 전기 동력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입니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기(electric). 기존 헬리콥터는 제트 연료를 태우는 엔진으로 날지만, eVTOL은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구동됩니다. 둘째, 수직 이착륙(VTOL). 활주로 없이 건물 옥상이나 소규모 패드에서 바로 이착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도심 한복판에서 소음 적게, 탄소 배출 없이, 활주로 없이 뜨고 내릴 수 있는 항공기가 됩니다. 기존에 이게 불가능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배터리 기술이 항공기를 띄울 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10년간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비로소 "전기로 비행"이 현실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헬리콥터, 드론과 뭐가 다른가

"그러면 헬리콥터나 드론이랑 뭐가 다른 거야?"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세 가지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 첫 번째 차이는 동력원입니다. 헬리콥터는 터빈 엔진 또는 피스톤 엔진을 씁니다. 연료를 태워서 메인 로터를 돌리는 구조입니다. eVTOL은 전기 모터를 씁니다. 연소 과정이 없으므로 소음이 적고, 배기가스가 없습니다. 드론도 전기 모터를 쓰지만, 드론은 보통 무인이고 소형입니다. eVTOL은 사람이 탑승하는 유인 항공기입니다.

  • 두 번째 차이는 안전 설계 철학입니다. 헬리콥터는 메인 로터 하나에 의존합니다. 이 로터가 고장나면 오토로테이션이라는 비상 기동에 의존해야 합니다. 반면 대부분의 eVTOL은 분산전기추진(DEP, Distributed Electric Propulsion) 방식을 채택합니다. 프로펠러가 4개, 6개, 많게는 12개 이상 달려 있어서 일부가 고장나도 나머지로 비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서 비유하자면, 단일 서버에 의존하는 아키텍처와 분산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 세 번째 차이는 비행 방식의 전환입니다. 헬리콥터는 이착륙부터 순항까지 로터 하나로 전부 해결합니다. 많은 eVTOL은 이착륙 때는 수직으로 뜨고,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프로펠러 각도를 틀거나 별도의 순항용 프로펠러로 전환해서 비행기처럼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전환 과정을 '트랜지션(Transition)'이라고 합니다. 수직 비행의 편의성과 수평 비행의 효율을 동시에 가져가는 설계입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가능해졌는가

하늘을 나는 택시 아이디어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현실화되는 걸까요? 세 가지 기술 변화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향상. 2010년대 초반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약 150Wh/kg 수준이었습니다. 현재는 250~300Wh/kg까지 올라왔고, 연구실 수준에서는 400Wh/kg을 넘기는 셀도 나오고 있습니다. eVTOL이 실용적으로 비행하려면 최소 200Wh/kg 이상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임계점을 최근에 넘어선 것입니다.

  • 전기 모터와 전력 전자 기술의 발전. 전기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출력 전기 모터, 인버터, 전력 관리 시스템(BMS)이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기술의 상당 부분이 eVTOL에도 적용됩니다.

  • 소프트웨어와 센서 기술.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라이다, 레이더, 컴퓨터 비전,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여러 개의 모터를 실시간으로 독립 제어하면서 안정적인 비행을 유지하는 것은 고도의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개발자인 저에게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운데, eVTOL은 기계 장치이기 이전에 소프트웨어로 나는 항공기입니다.

주요 기업 한눈에 보기

현재 eVTOL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전 세계 수백 곳입니다. 그중에서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 추적 가능한 주요 기업을 정리합니다.


  • Joby Aviation (JOBY).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NASA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 틸트로터 방식의 S4 기체를 개발 중이며, FAA 인증 절차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도요타가 주요 투자자 중 하나입니다.

  • Archer Aviation (ACHR). 미국 산호세 기반. Midnight라는 기체를 개발 중이며, United Airlines와 대규모 구매 의향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심 단거리(약 30~50마일)에 최적화된 설계를 추구합니다.

  • EHang (EH). 중국 광저우 기반. EH216-S라는 자율비행 eVTOL로, 전 세계 최초로 중국 CAAC(민용항공국)의 형식인증을 획득했습니다. 파일럿 없이 완전 자율비행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 Lilium. 독일 뮌헨 기반. 덕티드 팬(Ducted Fan) 방식이라는 독특한 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때 파산했지만 인수를 통해 재가동 중입니다.

  • Eve Air Mobility (EVEX).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Embraer의 스핀오프. 수십 년 항공기 제조 경험을 배경으로 eVTOL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업들의 상세 분석은 시리즈 3 "SEC Filing 뜯어보기"에서 하나씩 다룰 예정입니다.




Soo's View

처음 Joby 시험비행 영상을 봤을 때의 감정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이거 되면 세상이 바뀌는데?"라는 흥분과 "이게 된다고?"라는 의심이 동시에 올라왔습니다. 개발자라서 그런지, "된다/안 된다"를 판단할 때 감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eVTOL이 가능한 이유를 따져봤을 때, 제가 가장 납득했던 포인트는 이겁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기술들의 조합이라는 것.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모터는 산업용에서,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는 드론·자율주행에서 각각 검증된 기술입니다. 이것들을 사람이 탈 수 있는 크기로 조립하고, 항공 인증 기준을 통과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물론 "기술이 되는 것"과 "사업이 되는 것"은 다릅니다. 배터리 문제(시리즈 2에서 다룹니다), 인증 지연 문제(시리즈 4에서 다룹니다), 수요 불확실성(시리즈 5에서 다룹니다)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트폴리오의 10~20%만 이 섹터에 넣고 있습니다.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고, 가능성에 베팅할 때는 잃어도 되는 만큼만 넣는 게 원칙입니다.

이 시리즈는 eVTOL 산업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입문편입니다. "이게 진짜 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여러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면책 조항: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필자는 eVTOL 섹터에 포트폴리오의 10~20%를 배분하고 있으나, 개별 종목 보유 여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 시리즈 1 — "그래서 이게 진짜 뜨는 거야?" eVTOL 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