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소리는 없는데 로터 소리는 남는다, 전기 항공기 소음의 원리

전시장에서 전기 항공기 모터를 돌리면 팬 소리 정도만 납니다. 그런데 같은 기체가 야외에서 뜨면 헬리콥터만큼은 아니어도 분명히 시끄럽습니다. 차이는 모터가 아니라 로터에 있습니다. 소리는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공기를 때리고 가르는 데서 나고, 그 크기는 블레이드 끝이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에 가장 크게 좌우됩니다.

최종 검증 2026-09-21

NACA 에임스 연구센터의 40×80피트 풍동에 설치된 로터 블레이드 시험 장비. 로터 소음 연구는 이런 풍동 시험에서 시작됐다
NACA 에임스 연구센터의 40×80피트 풍동에 설치된 로터 블레이드 시험 장비. 로터 소음 연구는 이런 풍동 시험에서 시작됐다 사진: NASA Ames Research Center / NACA, Public domain

모터는 조용한데 왜 기체는 시끄러운가?

내연기관 헬리콥터의 소음은 두 군데서 옵니다. 엔진과 로터입니다. 전기로 바꾸면 엔진 소리가 사라지니 조용해질 것 같지만, 로터 소리는 그대로 남습니다. 그리고 헬리콥터 소음의 큰 부분은 원래 로터 쪽이었습니다.

로터 소음은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주변 공기의 압력을 주기적으로 흔들어 만드는 소리입니다. 블레이드가 지나갈 때마다 그 자리 공기는 눌리고, 지나간 뒤에는 다시 풀립니다. 이 눌림과 풀림이 초당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반복되면 귀에는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립니다. 블레이드 수에 회전수를 곱한 값이 이 소리의 기본 높이입니다.

그래서 전기 항공기 설계에서 소음 문제는 모터를 조용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로터가 공기를 덜 거칠게 다루도록 만드는 문제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도심항공교통 소음을 정리한 기술 보고서도 기존 헬리콥터용 측정 방식이 새 기체에 그대로 맞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짚고, 로터 수와 배치가 다른 기체마다 소음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NASA, Urban Air Mobility Noise: Current Practice, Gaps, and Recommendations, 2020).

소리는 블레이드의 어디서 나는가?

블레이드 하나를 옆에서 잘라 보면 소리가 나는 지점이 세 곳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앞전입니다. 블레이드 앞쪽 두꺼운 부분이 공기를 밀어내며 지나갈 때 소리가 납니다. 이것을 두께 소음이라고 합니다. 블레이드가 두껍고 빠를수록 큽니다.

둘째는 위아래 면의 압력 차이입니다. 블레이드가 양력을 만들 때 윗면 압력은 낮고 아랫면 압력은 높습니다. 이 차이가 회전하는 동안 일정하지 않고 계속 바뀌면, 그 변화가 소리가 됩니다. 이것이 하중 소음입니다. 기체가 기울어 있거나 옆바람이 불면 회전 위치마다 받는 힘이 달라져 커집니다.

셋째는 날개 끝입니다. 블레이드 끝에서는 아랫면의 높은 압력 공기가 윗면으로 말려 올라가며 소용돌이를 만듭니다. 이 소용돌이가 뒤따라오는 다음 블레이드에 부딪히면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납니다. 헬리콥터가 내려올 때 나는 탁탁거리는 소리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을 간섭 소음이라고 합니다.

로터 소음 세 종류와 끝 속도 규칙두께 소음, 하중 소음, 간섭 소음. 끝 속도 10퍼센트 감소 시 소음 약 2~3데시벨 감소.NOISE소리는 모터가 아니라로터에서 난다Noise comes from the rotor, not the motor끝 속도 −10% → 소음 약 −2~3 dBTip speed −10% → about −2 to −3 dBeVTOL Lab1두께 소음앞전이 공기를 민다Thickness noise2하중 소음압력 차가 흔들린다Loading noise3간섭 소음소용돌이가 부딪힌다Blade-vortex interaction
로터 블레이드 단면과 소음이 생기는 세 지점. 앞전의 두께 소음, 위아래 압력 차이의 하중 소음, 날개 끝 소용돌이의 간섭 소음을 표시한 그림

왜 로터 끝 속도가 핵심인가?

세 소음 모두 블레이드 끝이 공기를 얼마나 빠르게 치느냐에 민감합니다. 블레이드는 뿌리보다 끝이 훨씬 빠르게 돕니다. 지름 3미터 로터가 분당 1,500번 돌면 끝 속도는 초속 약 235미터로, 소리 속도의 약 70퍼센트에 이릅니다. 이 속도에서 공기는 더 이상 부드럽게 비켜 주지 않습니다.

두께 소음은 끝 속도가 오를수록 매우 급하게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끝 속도의 5제곱에서 6제곱에 비례한다고 보는데, 이 관계를 쓰면 끝 속도를 10퍼센트 낮출 때 소음이 약 2~3데시벨 줄어듭니다. 데시벨은 로그 눈금이라 3데시벨은 소리 에너지가 절반이 된다는 뜻입니다. 회전익 비행의 기본 개념과 로터 속도의 의미는 연방항공청 회전익 핸드북에 정리돼 있습니다(FAA, Helicopter Flying Handbook).

그래서 전기 항공기 설계자는 로터를 천천히 돌리려고 합니다. 같은 추력을 내면서 천천히 돌리려면 블레이드를 더 넓게 만들거나 로터를 더 많이 달아야 합니다. 로터를 여러 개 나눠 다는 구조가 소음 면에서 유리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다만 로터가 많아지면 서로 만든 소용돌이가 옆 로터에 부딪히는 새 간섭이 생기니, 배치를 잘못 잡으면 얻은 것을 도로 잃습니다.

바람이 불면 소리가 달라지는가?

달라집니다. 정지한 공기에서 도는 로터와 돌풍 속에서 도는 로터는 다른 소리를 냅니다. 돌풍이 블레이드에 닥치면 순간마다 받는 힘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하중 소음을 키웁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슈퍼컴퓨팅 부문과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이 함께 진행한 연구는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돌풍이 전기 항공기 로터의 소음과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고해상도 계산으로 모사했습니다. 돌풍의 주기가 로터 회전과 어긋나는 방식에 따라 소음이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NASA NAS / Embry-Riddle, 2026). 도심 건물 사이에서는 늘 돌풍이 있으니, 실험실에서 조용했던 기체가 현장에서는 더 시끄러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3년 파리 에어쇼에 전시된 볼로시티. 작은 로터 18개를 천천히 돌려 소음을 낮추는 설계다
2023년 파리 에어쇼에 전시된 볼로시티. 작은 로터 18개를 천천히 돌려 소음을 낮추는 설계다 사진: Mathious Ier, CC BY-SA 4.0

흔한 오해 하나?

"전기니까 조용하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엔진 소음은 사라지지만 로터 소음은 남고, 로터 소음이 원래 더 컸습니다. 조용한 전기 항공기는 전기라서 조용한 것이 아니라, 로터를 천천히 돌리도록 설계해서 조용한 것입니다.

반대로 "로터가 많으면 시끄럽다"도 그대로는 맞지 않습니다. 로터를 여러 개 두면 각각을 천천히 돌릴 수 있어 소음이 줄 여지가 생깁니다. 결국 개수가 아니라 끝 속도와 배치가 소리를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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